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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평택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



정치 일반

    정혜신 "평택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인터뷰

    정혜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1년 4월 19일 (화)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본 인터뷰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검색화면에서 cbs korea입력 또는, 인터넷 주소창에 http://cbsdb.fivetech.net/podcast/sisa/sisa.xml 를 붙여넣기 하세요)


    ▶정관용> 시사자키 2부 시작합니다. 2009년 5월 22일,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해서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77일 만에 노사합의로 사태가 일단락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모두 64명의 노조원이 구속되었고, 5천여명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해고,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떠난 2, 5000명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는데요, 그 가운데 7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이 해고 노동자들의 가족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여럿 나왔습니다. 과연 어떤 고통을 겪어온 걸까요, 이 고통을 함께 하고자 해고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를 진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잘 아시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인데요, 오늘 2부와 3부에서 정혜신 박사와의 긴 대화, 집중인터뷰 꾸미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 박사님.

    ▷정혜신> 예, 안녕하세요?

    ▶정관용> 쌍용차랑 무슨 관련이 있으셨어요?

    ▷정혜신> 관련 없어요. 최근에 돌아가신 분, 마지막 사망자, 그 분이 또 작년에 그 부인이 자살을 해서 아이만 둘 남겨놓고 부부가 다 돌아가셨지요. 그 기사 보고는 아, 더 이상 제가 견디기가 어려워서, 그들의 어려움들 제가 예측할 수 있잖아요, 정신과 의사니까. 그래서 연락을 했고, 그래서 치유 프로그램이 시작이 된 거지요.

    ▶정관용> 그 이전에는 전혀 관련이 없으셨고?

    ▷정혜신> 뭐 개인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정관용> 그러니까 보도를 접하시고, 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구나, 굉장히 아프겠다, 내가 좀 도움이 되자, 이래서 가셨다?

    ▷정혜신> 그런 거지요.

    쌍용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상대로 집단상담 진행중

    ▶정관용> 그래서 지금 어떤 분들을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 겁니까? 어떻게 진행하셨어요?

    ▷정혜신> 지금 매주 토요일마다 가고 있고요, 그래서 8주 동안 진행하기로 한 집단상담을 두 팀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토요일마다 가면 아침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해고 노동자들 일곱 명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고요,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해고 노동자의 아내들, 그 중에서 자원하신 분들 여섯 분을 대상으로 또 집단상담을 하고 있고요. 오전, 오후 집단상담을 할 때, 그 뒤에서 많은 분들이, 해고 노동자들, 그 가족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같이 보면서 들으면서 같이 울면서... 그렇게 같이 간접적인 치유 경험을 하고 있고, 그렇게 진행을 하고 있지요. 그렇게 8주가 진행되는 거지요.

    ▶정관용> 지금 현재 그러면?

    ▷정혜신> 4주까지 진행됐고요.

    ▶정관용> 그 7명, 6명, 이분들은 본인들이 원해서? 어떻게 모집을 했나요, 그분들은?

    ▷정혜신> 어, 처음에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당신들이 이런 것들을 마음을 이렇게 잘 보듬고 살피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이제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좀 했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치유에 대한, 상담에 대한 동기가 생기신 분들을 모집을 했어요. 그래서 오전에 가서 그런 전체 모임을 통해서 그 설명을 드리니까 오후가 되니까 자원자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당일날부터 집단상담이 시작이 된 거지요.

    ▶정관용> 처음에 그 노조원들 모을 때는 어떻게 모았습니까?

    ▷정혜신> 지금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시위를 하고 있지요. 서울에 와서 집회를 하고 그 지도부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조합원들에게 알렸는데요, 한 50분 오셨어요. 한 2,500명의 그런 해고자들이 있는데...

    쌍용이란 이름으로부터 사력을 다해 도망중

    ▶정관용> 그렇게 조금밖에 안 모였어요?

    ▷정혜신> 예, 그것도 2년 동안 가장 많이 모인 숫자래요. 그래서 그 내막을 들여다봤더니, 왜들 이렇게 못 모이셨나, 봤더니 두려워서 못 오시는 거예요. 쌍용차 말만 들어도, 쌍용차 정문만 봐도, 가다가 쌍용차 간판만 봐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두통이 오기 시작하고... 쌍용차 관련한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 그날은 어김없이 악몽을 꾸고. 그러니까 피하는 거지요. 고통스러워서. 그래서 서로들 만나지를 못하고 계셨던 거예요. 2년 만에 50명이 모인 것이 최고로 많이 모였다고 할 정도로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외상. 그것으로부터 사력을 다해서 도망가고 있는 거지요, 심리적으로. 그러면서 도망은 가지만, 도망을 가면 안전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심리적으로는 이렇게 도망을 가려고 사력을 다하지만 실제로는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그 안에 매몰되어 있고. 그런 과정에서 삶의 끈을 놓는 분들이 그렇게 많이 나타나고... 안을 들여다보니까 일상도 아, 심각하게 파괴되어 있고 훼손이 되어 있지요.

    ▶정관용> 이런 질문 아마 많이 받으셨을 텐데, 요즘 정리해고 당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그런데 그런 분들도 다니던 회사 떠올리기만 해도 그렇게 어떤 아픔이 오고 그러는가요? 다 그러는 가요?

    ▷정혜신> 정도의 차이는 있지요. 이제 뭐 IMF 이후에 해고라는 것이 지금 일상화되고 상시로 얼마든지 그런 경험을 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금 그런 사회에 살지요. 적고 크게 그런 상처가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자들이 이렇게 자살을 하고 목숨을 잃고 그런 것은 좀 특별한 이유가 있지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보통의 해직노동자와 달리 봐야 하는 이유는?

    ▶정관용> 어떤 이유입니까?

    ▷정혜신> 어, 파업 과정 중에 한 77일을 공장에서 파업을 하는 과정 중에 사실은 이 사람들이 극단적인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 됐습니다.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있었고요. 그때 이분들이 그 폭력에 과도하게 노출된, 그 트라우마가 이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런 파장을 가져오는 아주 핵심적인 요인이지요. 이분들이요, 지금도 꿈을 꿔요. 헬리콥터가 돌아가고, 거기에서 최루탄이 떨어지고, 동료가 피가 튀기고, 각목에 맞아서. 남편이 그러는 장면을 아내가 보기도 하고.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그리고 같이 회사에서 동료였었는데, 그 사람들이 나를 향해서 새총을 쏘는 그 장면이 정지화면같이 머리 속에...

    ▶정관용> 쇠볼트를 가지고 새총을 쏘고. 전쟁을 방불케 했었지요. 우리가 쌍용차 사태라고 부르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인데...

    ▷정혜신> 예, 그런 거지요. 그런 70여 일 동안의 그런 상황,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고,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그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느꼈던, 그런 상황에 처한 자기를 느꼈던 사람들이 겪은 내상이요, 이게 마치 전쟁터에 나갔다가 들어온,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서 나타나는 그런 증상들하고 아주 유사하게 나타나지요. 계속 악몽 꾸고. 그래서 그분들 중에서요,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정관용> 부분적으로, 일부러 잊어버리는 건가요?

    ▷정혜신> 선택적으로 기억상실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파업 때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러면 또 편해야 되는데, 생각이 안 나면, 생각나는 사람보다 덜 괴로워야 되는데, 그런데 보면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일상이 전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자꾸 구타를 하기 시작하거나...

    ▶정관용> 그래요?

    ▷정혜신> 예,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그런 분들도 있고요, 하루하루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공포, 두려움, 불안, 그런 것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가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정관용> 전쟁과 같은 폭력의 경험, 기억. 이것이 특별한 경우다?

    ▷정혜신> 예, 그렇지요. 그게 왜 특별하냐면, 그 전쟁과 같은 극단의 폭력이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주냐면요, 그 폭력에 과도하게, 아주 극단의 폭력을 경험을 하면 사람이요, 어떤 느낌을 받냐면, 내가 아주 무가치한 존재구나, 내가 완전한 무기력한 인간이구나, 내가 아무 것도 아니구나, 나는 완전한 무가치한 존재구나, 이런 느낌을 폭력을 경험하면 아주 뼈속 깊이 자기에 대한 그런 느낌을 각인을 하게 되지요.

    극단적 폭력은 극단적인 자존감 상실로 이어진다

    ▶정관용> 자존감의 상실?

    ▷정혜신> 자존감의 상실... 우리가 이제 일상생활하다 그냥 좀 자존심 상한다, 상처받았다, 이런 것의 아주 극단인 거지요.

    ▶정관용> 예, 그냥 자기의 존재감 자체를 잃어버린다?

    ▷정혜신> 그런 거지요. 내가 존재할 이유를 잘 못 찾게 되는, 아주 무가치하고 초라하고, 더 이상 남루할 수가 없고.

    ▶정관용> 무기력해지고?

    ▷정혜신> 무기력해지고 무가치한 존재.

    ▶정관용> 삶의 의욕을 잃고? 그렇게 되겠지요?

    ▷정혜신> 그렇지요. 그런 것의 극단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폭력이라는 것은. 그래서 폭력이 사람을 그 이전의, 폭력을 경험하기 이전 단계로 돌아가기가 어렵거든요. 극단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정관용> 그래서 일곱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거군요.

    ▷정혜신> 그런 거지요.

    ▶정관용> 모두 14분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가 되어 있는데 7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러면 나머지 분들은?

    ▷정혜신> 심장마비, 그런 식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으로 또 사망을 하고요.

    ▶정관용> 그것도 역시 파업 과정과 관계가 있다고?

    ▷정혜신> 관계가 있지요. 다 젊은 사람들이거든요. 젊은 노동자들이거든요. 가면 몸집도 크고요, 힘도 되게 세 보이고요, 되게 우람하지요. 그런 사람들이 그냥 픽픽 쓰러져서 목숨을 잃는 건데.... 그런데 이제 쌍용차 노동자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죽고 싶다, 자살사고, 우리가 흔히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게 양상이 좀 달라요. 어떤 거냐면 막 죽어야지, 난 죽을까, 말까 막 그렇게 초조하거나 죽음과 다투는 게 아니고요, 죽음에 대한 긴장감이 없어요. 그냥 언제나 죽을 수 있다... 이런 느낌에 더 가까운 거지요. 그러니까 이게 자살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요. 저는 이제 지금 집단상담을 하는데, 그 안에 들어온 사람이 13명과 그 뒤에 한 몇 십명이 있지요. 그 뒤에 한 이천 몇백명이 있는 거잖아요. 여기에 진입조차 못하는 사람들. 저는 그 중에 얼마든지 자살자가... 지금 더 나올 수 있다고 예측이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굉장히 불안하지요.

    ▶정관용> 혹시 그 상황은 파악하고 계세요? 2,500명 가운데 다른 곳에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몇 분 정도 되고, 혹시 뭐 이런 거 자료 가지고 계세요?

    ▷정혜신> 그 자료까지는 제가 정확하게는...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고, 그 분들 가운데 이런 일들이 또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그런 얘기인 거지요?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지금 말씀하신 이런 증상들 같은 것을 발견하셨을 거고, 그 분들이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모습들이 보입니까, 어떻습니까?

    ▷정혜신> 보이지요. 이분들이 서로 힘든 것을 다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만 힘들고 남들은 다 잘 버틴다고 생각한 거지요. 같이 집회도 나가고, 정문에 가서 출근 투쟁도 하고, 구호도 외치고, 어,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강하게, 강건하게, 씩씩하게 이렇게 해나가는데, 나는 늘상 어렵고, 무기력하고, 막 죽고 싶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더 나약하게 느껴지고요, 내가 더 무능하게 느껴지고요, 이런 데에서 오는 심리적인 어려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런 것들을 노출을 하다보니까, 알고 보니까 되게 잘 버티고, 되게 강해보이던 선배나 후배인데 아, 속이 나랑 똑같았구나.

    ▶정관용> 저 사람도 힘들구나.

    ▷정혜신> 예, 저 사람도 힘들었구나. 그러면서...

    평택시청 회의실 바닥에 시냇물이 생긴다?

    ▶정관용> 다들 속내를 잘 털어놓아요?

    ▷정혜신> 털어내지요. 털어내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집단상담이라는 게. 그래서 제가 그렇게 표현을 하는데, 토요일마다 평택시청에서 하는데요, 그 회의실 바닥에 시냇물이 하나씩 생긴다, 이렇게 이야기할 만큼 몸집이 집채만한 남자들이 눈물을 두두두둑 흘리지요. 그러면서 아, 내가 힘들어도 되는구나, 다 힘들구나, 내가 특별히 예외적이거나 내가 특별히 무능한 사람은 아니구나, 그러면서 같이 힘든 것들을 다 수면 위로 올려놓고 인정을 하고 바라보고, 그러면서 그런 우리들, 나와 우리들에 대해서 이제부터 뭐가 필요하나,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생각들을 아주 합리적으로, 현실적으로 하기 시작하는 거지요.

    ▶정관용> 우선 자신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힘들어하는 핵심이 아까 말씀하신 폭력에 대한 상처, 그겁니까? 뭐를 제일 힘들어하던가요?

    ▷정혜신> 폭력에 대한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폭력에 취하면서 사람이 느껴졌던, 폭력에 노출되면서 느꼈던 내 자신에 대한 모멸감.

    ▶정관용> 모멸감?

    ▷정혜신> 예. 어떤 부인이 그러세요. 해고 노동자 부인인데, 파업 때, 차를 몰고 그 파업 현장 주변을 가고 있는데, 남편의 선배가, 그냥 같은 아파트에 살고, 다 같이 식구들끼리 다 아는 남편의 선배가 있어서 차를 타고 가다가 그때 뭐 살벌한 상황이었으니까, 어, 형, 그러면서 그 부인이 내려서 그 형한테로, 남편의 선배한테로 다가가는 거지요. 그랬는데 저쪽 버스에서 갑자기 한 100여 명의 용역 깡패가 갑자기 이렇게 내려서 이쪽으로 오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공포스러웠을 거 아니에요, 이 여자가. 그래서 이렇게 다급하게 전화를 거는 척을 막 하면서, 여기 지금 형이 혼자 있는데, 백여 명의 깡패들이 지금 왔다, 사람 좀 보내달라, 다급하게 전화를 하면서 차를 타고 그 현장에서 빠져나간 거지요.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계속 자기를 괴롭히고, 죽고 싶다는 거예요, 남편이 다친 것보다도 그것이 더 마음 속에 남아있는데,

    ▶정관용> 그 결과 그 남편의 선배는 다쳤나요?

    ▷정혜신> 예, 많이 다치고 구속되고. 뭐 그 이후에... 그래서 일년 동안 구속되었다가 나오고 그랬는데...

    과도한 폭력의 경험, 자신에 대한 모멸감으로 이어져

    ▶정관용> 아, 그때 본인이 제대로 구해주지 못한, 지켜주지 못한, 그런 것?

    ▷정혜신> 내가 비겁했다... 내가 거기서 내가 이 남자 부인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고 내가 같이 차에 태우고 나왔어야 하는데, 비겁했다... 그 모멸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불가항력이잖아요. 다시 그래도, 그 백여 명의 깡패를 어떻게 여자 힘으로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 그렇게 과도한 폭력에 노출이 됐을 때, 받는 느낌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거지요. 그러니까 무서워서 무너지는 게 아니고요, 그런 상황에서 굴복하고 버티지 못하고, 인간이 가져야되는 최소한의 존엄 같은 것도 내가 버렸다...그런 나에 대한 모멸감.

    ▶정관용> 그게 제일 큰 아픔이다?

    ▷정혜신> 그것 때문에 죽어가는 거고요.

    ▶정관용> 그리고 또 만약, 그런 무기력증이나 모멸감이 있더라도 예를 들어서 다른 곳에 취업을 해서 직장일을 또 하고, 이렇게 하면 그나마 좀 잊혀질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정혜신> 그게 안 되는.. 그건, 그건요, 잊혀질 수 없는 기억이에요.

    ▶정관용> 재취업을 하거나 그래도? 생활이 바뀌어도?

    ▷정혜신> 그럼요. 죽는 순간까지도. 치유되지 않는다면, 죽는 순간까지도 그 기억은 자기를...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마 죽을 거예요. 그런 순간에 그런 기억이라는 것은 거의 각인이 되듯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존재라는, 거의 뭐, 확인, 아주 강력한 확인을 스스로에게다가 하는 거지요.
    쌍용

     

    쌍용차노동자들, 우울증 아닌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겪고 있다

    ▶정관용> 한 노동단체에서 세 차례에 걸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저희가 자료로 봤는데, 세 번째 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 193명 가운데 30%가 우울증이고 50%가 고도의 우울증이다. 그러면 합하면 80%가 우울증이라는 얘기입니까?

    ▷정혜신> 예, 그거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어요.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자들이 겪는 그것은요, 그냥 의학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안되고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해야 되지요. 그런 어떤 극단의 폭력, 이런 것에 과도하게 노출이 된 사람들. 그러니까 그 극단의 폭력이라는 건 어떤 의미냐면요, 한 인간이 자유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겪는 질병이에요. 예를 들어서 강간을 당한 여자라든지, 전쟁터에 나가서 사람을 죽고 죽이는 현장에서 같이 있었고, 내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같이 보고, 나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에, 거기에 노출이 되었다가 온 사람들. 그러니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지요. 그 사람들이 겪고, 전쟁터에서 돌아와서 겪는 우울증이나 그런 거는요, 그 사람이 좀 뭐 비관적이거나 약간 염세적인 그런 기질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아무리 건강하고 아무리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던 사람도 그런 경험에 노출이 되면 예외 없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그런 어떤 재앙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그런 사람들이 겪는 그 이후의 과정을 의학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아주 전형적인 그런 증세들이 나오지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요, 정신의학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질환입니다.

    ▶정관용> 네, 해고자분들하고 그 가족분들하고 똑같아요? 양상이 다르지 않아요?

    ▷정혜신> 같아요. 폭력에 노출이 그대로 됐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배우자분들도 남편들이 그 파업 현장에 있고, 시시각각으로 신체적인 위협을 느끼고,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다 현장에 나와있었어요. 그 남편들한테 용역 깡패들, 예를 들어서 과도한 공권력들, 막느라고 주부들도, 부인들도 그 현장에서 같이 막 일했어요.

    ▶정관용> 그랬지요.

    ▷정혜신> 그 사람들한테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요. 자살에 대한 생각, 자살하는 꿈을 꾸거나, 꿈에서 칼 같은 것에 아주 난자를 당하는 꿈을 꾸거나 그런 것들은 너무 일반적이에요. 그것은 해고자나 부인이나...

    ▶정관용> 그런 극단의 폭력을 경험하게 되면 누구나 예외없이, 라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을 수 있겠지요?

    ▷정혜신> 예외없이요. 예, 고문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갖게 되는 자살충동이나 우울증은 그 사람이 심약해서가 아니고요, 어떤 사람도 그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면 반드시 어떤 치유 프로그램을 거쳐야만 됩니까?

    ▷정혜신> 그런 거지요. 그래야 되는 거지요. 그렇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지요.

    ▶정관용> 지금 회사에 남아있는 분들 가운데서도 그때 함께 파업했던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정혜신> 남아있는 분들이라는 건?

    회사에 남은 노동자들도 상당한 스트레스 받고 있을 것

    ▶정관용> 그분들도 역시 같은 경험을 한 거 아닌가요?

    ▷정혜신> 어, 그럴 수 있고요. 남아있는 사람들이 갖는 그런 갈등적 상황, 그런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저는 그런 것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관용> 나는, 나만 남았다, 비겁했다, 미안하다, 그런 거?

    ▷정혜신> 죄의식. 이런 거 상당히 있을 수 있고요, 그분들도 사실은 그 이전의 상태랑 똑같이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어떤 극단적인 자기 손상이나 혐오를 경험하게 되면. 그런데 이제 바깥에 있는 이분들의 상태가 워낙에 심각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그분들까지 지금 얘기조차도 못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구사대로 활동하셨던 분들도 그럴 거예요.

    ▷정혜신> 음,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고. 강하게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어떤 한쪽의 다른 신념을 가지고 살 수도 있겠지요.

    ▶정관용> 예, 그런데 8주가 되면 극복할 수 있습니까? 지금 4주 지났는데...

    ▷정혜신> 제가 한 3년 전부터 고문...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 고문을 아주 심하게 당한 그 고문피해자들 치유 프로그램을 한 3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도 제가 8주 프로그램으로 하는데요, 물론 그렇게 해서 이렇게 다 좋아졌다고, 100% 싹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료의 어떤 뭐랄까, 큰 축을 잡고, 그 길을 찾고, 자기를 그런 쪽으로 자기를 통제해나갈 수 있는 그런 상태까지는 8주면...

    ▶정관용> 시작할 수 있다?

    ▷정혜신> 될 수 있지요. 그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8주 또 하는 거지요.

    ▶정관용> 예, 제가 거듭 여쭤보는 게, 그런 폭력, 극단적 폭력이라고 하는 경험이 주는 정신적 상처,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동시에 이분들이 지금 생계도 막막하신 분들일 것 아니겠어요?

    ▷정혜신> 엄청나게요.

    ▶정관용> 그런 생활 상의 어려움이 이런 정신적 아픔을 더 가중시키는 요인은 아닌가?

    ▷정혜신> 그럼요.

    하루에 한끼 먹는 해고노동자 가정도 있다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예, 지금 이분들이 생계가 막막하니까 우유배달을 나가거나, 막노동, 일만 있으면 나가는데, 그것도 이제 쉽지 않고요. 다 아이들이 어리니까 부인들이 아이 보다가 지금은 다 생활전선으로 뛰어나가 있지요. 그렇지만 경험이 없는 여자들이라서, 사회생활 경험이 잘 없으니까 그것도 굉장히 어렵지요. 생활고가 굉장히 극심하고요. 이 분 중에서는 지금 같이 상담하는 어떤 분이 상담 과정 중에 이야기하는데, 지금 수년을 수년 동안 하루에 한끼 먹으면서 가족들이 버티는 거예요.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 그런 분도 있고요. 부동산은 뭐 물론이고요. 이 노동자들이 무슨 부동산, 재산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부동산은 다 압류되었고요, 통장 같은 것도 지금 다 가압류된 상태라서. 생활고가 상당히 극심하지요. 마지막에 돌아가신, 마지막에 사망하신 분도 통장에 4만원 잔고 있고, 쌀독에 쌀도 비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 일 찾으러 밤낮을 다니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지요.

    ▶정관용>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약해져있는 데다가 극단적인 생활고가 자꾸 위협해오면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정혜신> 그렇지요. 나는 너무 무가치한 인간인 거지요. 아이들한테 돈 만원을 용돈을 못 주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확인을 하면서...

    ▶정관용> 그래서 저는 물론 정신적 치유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거치는 게 꼭 필요하고 좋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없다면, 일단 이분들의 생활고에라도 조금 도움이 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정혜신> 물론이요. 같이 가야 될 것 같아요. 경제적인 것도 심리적인 것에 영향을 주고요, 심리적인 것이 또 경제적인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요. 상호 그렇지요. 그러니까 두 가지가 사람이 돈이 있어서도 살고요, 돈이 있어야 살기도 하고요, 이 마음을 잘 보살펴야 살 수도 있고요,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지금 다 붕괴된 상태지요.

    ▶정관용> 예,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계속 그분들의 재취업, 내지는 생계 지원을 위해서 뭐 그분들이 대리운전 회사를 만들었다더라, 그러면 한번이라도 더 연락하자, 이런 식의 운동만 해왔었는데, 정신적 치유라고 하는 점을 우리 정 박사님이 딱 짚어서 새로운 문제제기를 해주신 겁니다. 저희가 얼마 전에도 저희 방송에 한번 소개했습니다만, 심리상담 외에도 박사님을 포함해서 다른 분들이 이 해고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지원활동을 같이 하고 있지요?

    ▷정혜신> 예, 많은 분들이 하지요. 그 중에서도 가수 박혜경 씨와 레몬트리 공작단이...

    ▶정관용> 예, 저희가 박혜경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정혜신> 예, 저도 들었어요. 제가 심리상담을 하는 동안에 그분들의 아이들을 바깥에서 정말 진심을 다해서, 정말로 열심히 놀아주고 있어요, 하룻동안. 이분들이 그동안 파업하고 그 경제적으로 어렵고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아이들한테 제대로 해주지 못했을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신들의 치유를 위해서 토요일 시간을 빼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그 죄책감 때문에 아이들한테. 하기가 어려운 거지요. 그래서 레몬트리 공작단하고 그러니까 공작을 펼친 거지요. 부모들이, 어른들이 치유 받을 동안에, 바깥에서 아이들을, 마음 편하게 치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놀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그걸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분들이 있어서 이 치유가 가능하고 이 치유 프로그램이 가능하지요.

    ▶정관용> 저희 인터뷰할 때 들어보니까 아주 재미있게 잘 논다는데요?

    ▷정혜신> 예, 잘 놀지요.

    어린아이가 버스만 봐도 놀라는 이유?

    ▶정관용> 그런데 아이들 상태도 썩 좋지는 않을 텐데요?

    ▷정혜신> 예, 지난 번, 지난 지난 주에요, 레몬트리 공작단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기로 해서 아이들을 버스를 태우려고 하는데, 한 아이가 버스를 못 타서 결국 못 갔어요.

    ▶정관용> 왜요?

    ▷정혜신> 그 아이한테 버스라고 하는 것은 아빠를 내리찍던, 방패로 내리찍던 전투경찰이 타는 버스인 거지요, 기억 속에. 그래서 버스를 못 타서 결국 못 갔는데요. 그런 경우들도 있고요, 아빠가 쌍용차 정문으로... 같이 이렇게 쌍용차 노동자들이 주말농장 그래서 치유를 위해서 일요일마다 흙을 만지고, 아이들하고 같이 씨를 뿌리고 이렇게 해요. 거길 가느라고 쌍용차 정문을 지나가는데, 아이가 아빠, 경찰 있어, 못 지나가는 거지요. 아니야, 경찰 없어, 아니야, 아빠 숨어있을 수도 있어, 여섯 살짜리 아이가... 그런 거지요. 그런 경우도 있고요.

    어린 아이들도 폭력적 상황에 노출됐었다

    ▶정관용> 그 아이들이 더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닙니까?

    ▷정혜신> 그렇지요. 아이들 치유도 지금 굉장히 급하고요, 아이들이 그 폭력 상황에서 자기 부모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당하고. 이런 현장에 노출이 됐던 아이들이 꽤 있어요. 엄마가 업고 나오고, 뭐 이런 상황이니까. 뭐 전쟁터 같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아이들이 자기가 하늘같이 믿고 진짜 힘센 아빠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 아빠들이 그렇게 무너지는 거,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세상에 대한 공포, 사람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이 깊이 각인이 된 정도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거지요. 어떤 부모가 상담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해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무심결에 무슨 얘기 끝에, 엄마, 나는 10년 밖에 더 못 살 것 같아, 그런 얘기를...

    ▶정관용> 왜요?

    ▷정혜신> 그러고 나서 엄마가 더는 못 물어봤대요. 너무 두려워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본인이 늘상 집에서 무슨 얘기를 할 때,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대요. 내가 죽어야 끝이 나지, 이런 얘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요. 아이들도 뭔가 시름시름 뭔가... 그런 느낌들이 있고요. 또 하나 이야기해도 될까요?

    ▶정관용> 예, 말씀하세요.

    ▷정혜신> 아이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문제, 이게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고. 또 놀 때는 잘 노니까, 이게 잘 몰라서 그러는데, 레몬트리 공작단이요, 아이들하고 평택시청 앞마당에서 막 뛰어놀고 그러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나무에 올라간 거예요. 그래서. 5살 짜리가. 그래서 위험하다, 내려와라, 그랬더니 얘가 싫어, 나 자살할 거야. 그 아이들에게 번져있는 죽음의 그림자, 뭔가 이런 느낌. 그런 것들도 상당하고요. 부인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 기억 때문에 자꾸 술을 마시고, 그런 부인들도 상당히 있고요. 이미 남자들도 그 공포, 그 두려움, 그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지금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관용> 말씀 들을수록 정말 큰일 났네요. 아까 제가 2부 끝내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나마 쌍용차 문제에 대해서 관심 갖는다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그분들 생계 지원 도움 해주나, 재취업 해주나, 아니면 무급 휴직으로 나가계신 분들, 원래 쌍용차에서 다시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금 안 하고 있단 말이에요?

    ▷정혜신> 그렇지요. 약속한 날짜 지났지요.

    ▶정관용> 그런 거 왜 빨리 안 하나, 그것 하도록 독려하고 이쪽만 계속 신경을 썼는데,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분들의 정신적 상태, 상황, 그 아픔 뿐만 아니라 가족, 아이들까지도.... 혼자서 다 못하시잖아요, 그거 다.

    ▷정혜신> 그렇지요. 사실은 이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것은 이 질병은 항상 사회적 맥락에서, 정치적 맥락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에요. 파병을 해서 군인들이 전쟁터에 갔다가 돌아오든지, 어떤 자연재해나 이런 상황에서 떼죽음을 당한 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든지, 정치적으로 이런 국가 공권력에 의한...

    정신적상처 치유,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정관용> 고문 피해라든지...

    ▷정혜신> 고문피해, 이런 과도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이렇게 항상 정치적으로 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기는 집단적인 병입니다. 이것은 국가가 나서야 되고요, 사회에서 이런 맥락, 이런 데에서 발생하는 이런 질환들의 치유를 위한 기관들이 생겨야 해요.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이 있고요.

    ▶정관용> 예,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혜신> 그런 센터들이 있지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만 진료하는 치유 센터, 그런 전문 기관들이 있지요.

    ▶정관용> 그리고 특히 이번 케이스, 쌍용차와 같은 이런 집단적인 이런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치유센터에서 예를 들어서 집단적으로 상담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요?

    ▷정혜신> 그런 거지요. 그래야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게 개인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과에 간다거나 개인 의원을 가거나 그냥 개별적인 의사를 찾아서 가면 사회적으로 이 이슈가 갖는, 이 사람들이 겪은 이 맥락을 정신과 의사가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거나 그런 상황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지요. 그러니까 갔다가 포기하거나 접고, 이거는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문제로구나, 라고 다 접고, 혼자서 극단의 고통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요.

    ▶정관용> 우리 사회에 그런 센터 같은 것을 만들자, 필요하다, 라는 문제제기가 그래도 있어왔을 텐데, 진척이 전혀 없습니까?

    ▷정혜신> 진척이 없네요. 아직. 지금 고문 피해자들이 이제 국가폭력, 국가공권력에 의한 개인에 대한 엄청난 그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유발하는 거지요. 그 외국에는 그런 고문의 역사들이 각 나라마다 있으니까, 그런 센터들이 또 있지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하는 센터도 있고, 고문 생존자들을 치료하는 센터도 있고. 그런 거 우리가 오랫동안 이야기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고요, 최근에 제가 3년 동안 ‘진실의 힘’이라는 재단에서 이분들, 그 심리적인 외상을 치료하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중간에 예전에 과거 정권에 의해서 그렇게 간첩으로, 빨갱이로 몰려서 고문당한 분들이 재심청구를 해서 무죄를 받은 분들이 생겨나고 있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보상금을 받으셔서, 그 보상금의 일부를 내서 지금 진실의 힘이라는 재단을 만든 거고요. 피해자들이 돈을 내서 치유를 위한 재단을 만들어서 지금 치유를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가해자는 빠지고. 피해자들이 남아서 치료까지도 우리가 알아서 해야 되는... 전문가들도 아닌데... 지금 그 일을 같이 하고 있는 건데요, 그런 좀... 슬픈 상황... 슬픈 현실...

    ▶정관용> 우리는 언제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정혜신> 우리가 이런 얘기를 자꾸 하다보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폭력에 대한 너그러움이 폭력이 만연한 사회 만든다

    ▶정관용> 쌍용차 얘기했고, 국가 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 이런 말씀 쭉 하셨고, 그런데 우리 사회에 또 이렇게 아주 두드러지는, 정치적인 이런 건 아니더라도 사실 폭력이 좀 만연해있는 그런 거 아닌가요?

    ▷정혜신> 폭력에 너무 허용적이지요. 네, 그렇지요. 아이들한테도 그렇고요. 학교에서 체벌을 하는 문제도 그렇고요. 부모가 아이들한테 가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저는 지나치게 허용적이라고 생각해요.

    ▶정관용> 그런 학교 체벌이나 가정에서의 폭력, 이런 것도 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분명히 남깁니까?

    ▷정혜신> 그런 거지요. 과도한 폭력이 일어난, 그 현장에 노출된, 매를 맞는 아내들도 많고, 아버지한테 어린 시절에 맞아서 굉장히 심각한 손상을 입는 그런 아이들, 이게 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속하는 거고요. 심각한 문제가 있지요, 정신적으로. 제대로 살기 어렵지요.

    ▶정관용> 아, 그것도 꼭 치유 프로그램 한번 거쳐야 되고?

    ▷정혜신> 그럼요. 그럼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개인의 영역으로 놓아두고, 부모 자식간의 문제나 부부간의 어떤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것은 그렇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우리가 오랫동안 수년 동안 해오고 있지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2차 트라우마, 왜 생기나?

    ▶정관용>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전문 치료센터, 이런 것도 아직 없는 상태에서, 모두 개인에게 맡겨둘 수밖에 없고, 말씀하신 것처럼 개별적으로 정신과를 찾아간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그러면 이 방송 들으시는 분들이라도 아이건 어른이건 간에 주변에 이런 상처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어떤 조언을 좀 해주어야 되고. 만약 본인, 당사자가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정혜신> 우리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내상, 트라우마를요, 1차 트라우마, 2차 트라우마, 이런 표현을 써요. 1차 트라우마는 폭력 그 자체, 고문을 당했다든지, 과도한 공권력에 노출됐다든지, 그런 것으로 인해서 사람이 휘청거리지요 심리적으로. 예를 들어서 강간을 당한 어떤 여자아이가 그냥 견디다가, 너무 수치스러워서 말을 못하다가 엄마한테 어렵게 꺼냈어요. 엄마, 사실은 내가 죽고 싶을 만큼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랬더니 엄마가 예를 들어서, 너 그 얘기, 누구한테 했니? 어, 엄마한테밖에 안 했는데, 너 앞으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라, 너 그러면 시집 못 간다, 엄마만 알고 있을게, 예를 들어서 그런 엄마의 반응으로부터 받는 트라우마를 우리는 2차 트라우마라고 그래요. 그런데 사람이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2차 트라우마에서 무너진다는 거예요. 사람이 고문을 당하든, 어떤 국가폭력에 의해 당하든, 기회는 있습니다. 내가 위로받고 싶고, 내가 이게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그런 상처를 이야기했을 때, 위로받거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얘기한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수치스러워하거나 거부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 비난을 하거나, 사람은 결정적으로 거기에서 꺾이고요, 그래서 삶의 끈을 놓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 주위에 사실은, 사회적으로,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데모하면서 그런 본의 아니게, 교정 안에서 극심한 폭력을 당하거나, 여성들, 여대생 같은 경우에 성추행을 당하거나 이런 일 너무 많았어요.

    ▶정관용> 그렇지요.

    ▷정혜신> 예, 지나간 세월에 너무 많았고요,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체벌을 당하거나 그러면서 아까 나라는 존재가 아주 바닥까지 떨어지는 이런 것들을 우리가 사실은 너무 일상적으로 많이 경험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거나, 예를 들어서, 학교 옮겨주세요, 극심한 상황에서 그랬을 때, 학기 조금 지나면, 학년이 바뀌면 좀 괜찮을 거다, 그때까지 좀 참아보지 않겠니, 졸업은 하고 고등학교 갈 때, 이렇게 가면 좋지 않겠니? 그 결정적으로 그런 데에서 사람들은 아, 이 문제라는 건 세상에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가 없고, 이거는 결국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거고, 아무도 이해를 못하는 구나, 라는 내적인 판단이 들었을 때, 생을 포기하는 거지요.

    누군가 상처의 기억을 털어놓을 땐,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라

    ▶정관용> 그럼 더 적극적으로 들어서 위로할 것 위로해주고 재발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가야 되겠군요?

    ▷정혜신> 이해해주고, 그것을 더 드러나게 해주고, 그것은 네가 못난 탓이 아니라, 그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폭력인 것이지, 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구별해주고, 그런 과정에서 같이 분노하고, 같이 슬퍼하고, 그러면서 전문가를 그 다음 단계에서 찾아야겠지요.

    ▶정관용> 말씀 쭉 들으면서 쌍용차 같은 경우는 2차 트라우마라고 하는 게 폭력분자다,

    ▷정혜신> 그런 것들이 2차 트라우마지요.

    해고노동자의 고민, 평택 시민들부터 알아줘야

    ▶정관용> 파업을 주도한 이 사람들 폭력분자다, 라든지 또 해고자 출신이니 어디에서도 직장에 받아주어서는 안된다든지, 이런 것들이 더더욱 아프게 하겠군요?

    ▷정혜신> 그렇지요.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거지요. 해고는 너희만 당하냐, 이런 것들. 이 본질과 전혀 다른 사회적인 무관심. 그리고 전혀 그것과 다른, 우리가 겪은 어려움과 다른 비난, 이런 것들에서 사람들은 절망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사실은 이런 문제를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는 것. 저는 이 방송을 평택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이런 마음을 가져주는 거, 아, 몰랐는데, 이렇게 어려웠구나, 그냥 그 말 한 마디 때문에 그 사람들은 죽으려다가도 살 수 있는 거지요. 그런 거.

    ▶정관용> 아픈 마음을 우리가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까...

    ▷정혜신> 보이지를 않아서요. 예.

    ▶정관용> 저도 거듭거듭 말씀하시지만, 아이고 생계가 막막하실 텐데, 대리운전 한번이라도 더 그쪽에 연락드려야지, 겨우 그 정도 생각인데, 마음의 병이라는 게 훨씬 더 아픈 거지요.

    ▷정혜신> 그렇지요. 모든 사람한테는 마음이 있거든요. 그 마음을 같이 보고, 돌보고, 그런 섬세함, 그런 민감함, 우리한테 참 필요한 것 같아요.

    ▶정관용> 아, 참, 큰일입니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들고요, 제가 인터뷰를 마무리를 못 지을 정도로 너무 막막해요. 요만큼이라도 희망의 끈이 보여야 하는데, 말씀하신 그런 현상들이 지금 도처에 벌어지고 있고. 대표적인 사례가 이제 쌍용차와 같은 사례인데.

    ▷정혜신> 그렇지요.

    ▶정관용> 지금 혼자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정혜신> 그러니까요.

    ▶정관용> 혼자 힘으로 그걸 어떻게 다 하시겠어요? 문제제기만 지금 되고 있는 상태이고.

    ▷정혜신> 예.

    ▶정관용> 사회적인 각성,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환기, 그리고 사회적인 대책 마련, 여기까지 가려면 너무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정혜신> 예. 그래도 열심히 가야지요.

    ▶정관용> 하긴 안 갈 수 없는 길이니까요. 예, 아픈 이야기,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만 쭉 했습니다. 시간 2, 3분밖에 없습니다만, 방송 들으시는 모든 청취자분들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도움되는 이야기도 한 말씀 제가 듣고 싶은데요. 왜냐하면은 마인드 프리즘이라고 하는 프로그램 운영하시고, 또 심리카페 홀가분이라는 것도 운영하시고, 현대인들이 이런 어떤 정신적인 샤워를 해야 한다, 뭐 그런 말씀 하시잖아요. 그런 말씀 한 말씀만 주세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정신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정혜신>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더 해야 되나, 그것보다도요, 그냥 개인적인 영역으로 돌아와서 보면 내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 하는 것 중에서 무엇을 안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을 생각할 때 더 빠르게 방법이나 핵심을 짚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관용> 뭘 안 해야 하나?

    ▷정혜신> 그래서 ‘심리카페 홀가분’이에요. 우리가 지금의 상태보다 무엇이 덧붙여지거나 무엇이 더 있어야 내가 행복하거나 더 건강하거나 잘 사는 것이 아니고요, 지금 있는 것 중에서 무엇을 덜어내야 하나, 덜어낼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 훨씬 더 내 행복의 본질이나 내 삶의, 혹시 조금 거품이 있었다면, 그런 것들을 빠르게 제거하고,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요. 가볍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요.

    ▶정관용> 홀가분하게?

    ▷정혜신> 홀가분하게요.

    ▶정관용> 그래서 이름이 홀가분이로군요?

    ▷정혜신> 예, 정신건강의 최고의 목표, 끝이 뭐냐면, 어떤 감정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상담도 하고 치료도 하고, 마음도 돌보고 그러냐면은요, 홀가분함을 얻기 위해서 하는 거지요.

    ▶정관용> 그러네요. 말씀 듣고 나니까. 버려야 되는 거군요.

    ▷정혜신> 그렇지요. 뭘 버려야 되는지, 내가 버려야 할 무엇을 지금 가지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 그게 핵심일 것 같아요.

    ▶정관용> 그냥 혼자서 생각하면 다 그게 되나요? 전문가 도움 없이?

    ▷정혜신> 전문가의 도움일 수도 있고요, 답답하시면 심리카페로 오시고요, 아니면 뭐 책을 읽다가도 그렇고요, 다만 내가 그런 화두를 가지고서 세상의 여러 자극들과 관계들과 이런 것들을 하다보면 내 안의 그런 문제의식이 어떤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정관용>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라고 하면서 뭘 더 해야 마음 편해질 것. 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지요?

    ▷정혜신> 그렇지요. 내가 뭐가 더 있고, 뭐가 더 갖춰지고 그래야 편할 거라고 생각하지요. 착각이에요.

    ▶정관용> 정 박사님은 잘 버리십니까?

    ▷정혜신> (웃음) 예, 그런 것 같아요.

    ▶정관용> 홀가분하게 사세요?

    ▷정혜신> 그런 편이지요. 그런 것 같아요.

    ▶정관용> 가만히 생각하면 아, 이거 버려야지, 하는 게 떠오르세요?

    ▷정혜신> 아, 있을 수 있겠지요. 하나도, 거품이 하나도 없이 제가 살겠어요? 그런 건 아닌데,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정관용> 그러니까 한참 생각해보면, 아, 이거 내가 괜히 하고 있구나, 이런 게 떠오르신다, 이거지요?

    ▷정혜신> 음... 막 떠오른다기보다 그런 쪽으로 이렇게 나를 비추어보면서 사는 거지요.

    ▶정관용> 귀중한 말씀 들었습니다. 뭘 더하려고 하는 것보다 덜어내려 하라, 그런 관점에서 자신을 들여다보아라, 그것이 홀가분하게 사는 길이다.

    ▷정혜신> 예.

    ▶정관용> 법정 스님의 무소유도 갑자기 생각이 나고.

    ▷정혜신> 그러네요.

    ▶정관용> 같은 맥락이기도 하네요. 오늘 정혜신 박사께서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주셨습니다. 그 숙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출발이 됐으면 싶네요.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 박사님, 고맙습니다.

    ▷정혜신> 네, 고맙습니다.

    ▶정관용> 내일 6시에 다시 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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