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리 제보자 처벌하는 인천시

박준철 기자

인천시가 향응 등을 요구하는 비리 공무원을 제보한 건설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면책 규정’과 ‘내부 고발자 보호법’으로 제보자를 보호해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시가 나서 제보자를 처벌하려는 것이다.

12일 인천시는 2009년 5월 인천 연수구 샘말공원 공영주차장 조성공사 과정에서 밥과 술, 도시축전 티켓을 사달라며 20여차례에 핸드폰 문자를 보낸 전 인천시 공무원 ㅈ씨(43) 등 2명을 제보한 모 건설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공무원들은 건설업체로부터 200여만원의 유흥 접대를 받았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법원도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 비리 공무원들은 결국 지난해 7월 해임됐다.

하지만 이들의 비리를 제보한 건설업체는 지금까지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공영주차장 공사가 끝났음에도 연수구는 갖은 이유를 들어 건설업체를 압박했고 추가 공사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시 감사실에서 공무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은 ‘청탁에 의한 재물 공여’라며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행정 절차까지 밟고 있다. 인천시 뿐만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연수구는 지방계약법에 의거해 이 업체에 입찰 제한 등 건설업 규제까지 하려고 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받지 않았다. 수사기관도 제보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인천시는 뒤늦게 나서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시 감사실에 제보할때 담당자는 ‘건설업체가 비리 공무원을 제보하면 앞으로 건축공사 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까지 했지만 오죽했으면 감독관청인 공무원들을 제보 했겠느냐”며 “제보자를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영업정지라는 청문통지서를 보내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시와 연수구가 공무원 비리를 제보한 건설업체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앞으로 누가 공무원 비리를 제보하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시 감사실 관계자는 “시 감사실에 제보했던 내용 등을 청문회에서 밝히면 처벌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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